KBL 개막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19일 부산 KCC와 수원 KT의 공식 개막전으로 대장정에 돌입하는 가운데 대부분의 팀들이 컵대회를 통해 베일에 싸였던 전력을 공개했다.
올 시즌은 유독 KBL 경력이 있는 외국선수가 많다. 20명 가운데 신입은 단 5명. 무려 7개 팀이 경력자 2명으로 슬롯을 채웠다. 특히 숀 롱(현대모비스), 디온테 버튼(KCC) 등 화려한 시즌을 치르며 외국선수 MVP로 선정됐던 이들은 컵대회를 통해 여전한 경쟁력을 보여줬다.
경력자가 많은 만큼, 2옵션 가운데에는 익숙한 얼굴이 많다. 대부분이 한때 1옵션으로 활약한 외국선수다. 이 가운데 타일러 데이비스(KCC)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사례다. 2020-2021시즌 44경기 평균 21분 48초만 뛰고도 14.2점 야투율 56.7% 9.7리바운드 1.3블록슛으로 활약, KCC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데에 기여했다.
다만, 무릎부상으로 시즌을 완주하지 못한 데다 2022년에는 계약을 맺고도 재활 등을 핑계로 팀 합류를 미뤘다. KCC는 결국 계약을 파기했다. 외국선수 교체권을 소진하진 않았지만, 데이비스로 인해 플랜이 꼬인 KCC는 정규리그서 6위에 머물렀다.
‘미워도 다시 한 번’, KCC는 데이비스와 재회했다. 2년 전과 달리 입국한 것만으로도 다행이었지만, 데이비스는 우려보다 몸 상태나 실전 감각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컵대회에서 2경기 평균 9분 53초를 소화하는 데에 그쳤다. 이번에도 건강과 관련된 물음표를 떨쳐내지 못한다면, 데이비스와 KCC는 인연은 예상보다 빨리 마무리될 수 있다.
게이지 프림(현대모비스)은 지난 시즌까지 1옵션으로 활약했지만, 하루아침에 2옵션이 됐다. 아이재아 힉스(SK), 대릴 먼로(LG)처럼 부상이나 노쇠화에 의한 변화가 아니다. 프림은 여전히 20대 중반의 ‘젊은 피’지만, 현대모비스는 더욱 강력한 외국선수 전력을 구성하기 위해 롱과 재회했다.
조합 자체만 보면 현대모비스는 외국선수 전력이 가장 안정적인 팀이다. 프림은 컵대회 2경기에서 평균 15분 16초만 뛰고도 11점 4.7리바운드 2어시스트 1스틸로 활약했다. 2옵션이 이 정도 생산성을 꾸준히 유지한다면, 현대모비스는 시즌 내내 외국선수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관건은 평정심이다. 프림은 2시즌 동안 108경기에서 테크니컬파울을 17차례나 범했다. KBL에서 오랫동안 감독 커리어를 쌓았던 A 전 감독은 “2옵션 역할을 얼마나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오히려 교통 정리가 까다로운 조합이 될 수도 있다”라고 견해를 전했다.
현대모비스는 올 시즌 역시 프림에게 테크니컬파울과 관련해 주의를 내렸다. 시한폭탄과 같은 프림의 성향이 개선된다면, 현대모비스는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프림이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유슈 은도예(한국가스공사)는 명예 회복을 노린다. 211cm의 신장을 지닌 세네갈 국가대표로 기대를 모았던 은도예는 2022-2023시즌 27경기 평균 13분 38초를 소화하는 데에 그친 끝에 퇴출됐다. 신장 대비 속공 가담 능력은 준수했지만, 힘 싸움에서는 한계를 드러냈다.
당시에는 ‘예기치 않은 강등’이었지만, 올 시즌은 애초부터 앤드류 니콜슨의 조력자로 가스공사에 가세했다. 가스공사가 블록슛 1위에 오를 정도의 탄력을 지닌 것은 물론, 에너지 레벨을 담당했던 듀본 맥스웰을 대신해 은도예를 영입한 이유는 분명하다. 높이. 은도예가 리바운드, 블록슛 등 수비에서 기대만큼의 기여도를 보여준다면 가스공사 역시 다크호스로 꼽히기에 충분한 전력이다.
니콜슨의 대학 2년 후배라는 점도 케미스트리 측면에서 기대할 수 있는 요소다. 강혁 가스공사 감독은 은도예에 대해 “(몸은)얇지만 전투력이 좋았다. 프림과 싸울 수 있는 악착같은 근성과 투지를 가지고 있고, 자밀 워니와 처음 만났을 때 잘 달리면서 블록슛으로 잘 막았던 좋은 기억도 있다. 맥스웰보다 잘 뛰면서 체력도 좋았다”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이밖에 로버트 카터(DB), 마커스 데릭슨(삼성)은 득점력으로 분위기 전환에 힘을 보탤 2옵션으로 분류되는 가운데 마이클 영(정관장)도 마침내 KBL에 입성했다. 영은 다재다능한 면모를 지녀 수년 전부터 복수의 팀이 영입 후보에 올려놓았던 외국선수다. 이타적인 역할도 중요하지만, 선수 구성을 고려하면 정관장에서는 해결사 면모를 더욱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런가 하면, 연습경기에서 우려를 샀던 제레미아 틸먼(KT)은 컵대회에서도 물음표를 지우지 못했다. 리바운드 능력은 확실했지만, 공격은 여전히 기복이 컸다. 국내선수와 매치업됐을 때 보다 적극적인 골밑 공략이 필요하다. 송영진 감독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현재까진 데이비스와 더불어 가장 평가가 좋지 않은 2옵션으로 꼽히고 있다.